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행복했을까?
026. 08. 02 | 🕓 5분 읽기
Editor 전예영
살다 보면 한 번쯤 지나온 길을 돌아보게 됩니다. ‘그때 그 사람과 헤어지지 않았다면’, ‘그 회사를 퇴사하지 않았다면’, 혹은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면’ 가보지 않은 길을 그리다 보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일상이 어쩐지 초라하고 잘못 선택한 것처럼 느껴지곤 해요.
선택하지 않은 삶이 더 좋아 보이는 이유는 비교의 출발선이 불공정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는 삶에는 권태와 갈등이 다 보이지만, 선택하지 않은 삶은 현실에 부딪힌 적이 없어 나를 실망시킨 적도 없으니까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사고를 ‘반사실적 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라고 부릅니다.
*반사실적 사고: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사고 방식
중요한 건 이 생각을 없애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떠오르는 이 마음이 후회인지, 방향을 바꾸라는 신호인지 구분하는 일입니다.

내가 고른 삶은 본편,
고르지 않은 삶은 예고편
후회는 두 번째로 흔한 감정
*1위는 사랑
이런 생각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심리학자 닐 로즈(Neal Roese)는 반사실적 사고가 단순한 미련이 아니라 미래의 실수를 줄이기 위한 마음의 시뮬레이션이라고 설명하는데요.
실제로 후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부정적 감정이죠. 그만큼 흔하고, 그만큼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갈림길이 있습니다. 기회가 아직 열려 있을 때 이 생각은 행동을 바꾸는 쪽으로 작동하지만,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는 감정을 달래는 쪽으로만 흐른다는 것.
문제는 생각이 아니라 방향입니다. 생각이 오늘 할 수 있는 일에서 멀어질수록, 그건 나를 갉아먹기 시작하거든요.

후회일까, 변화의 신호일까
최근 자주 떠오르는 과거의 선택을 떠올리며 스스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후회는 나를 과거에 묶고, 신호는 지금 바꿀 것을 알려줍니다.
- 후회에 가까울 때: 과거와 불평이 반복된다 · 생각할수록 내가 초라해진다 · 그 삶의 좋은 점만 보인다 · 오늘 할 일을 미루게 된다
- 신호에 가까울 때: 원하는 조건이 또렷해진다 · 다음에 할 일이 떠오른다 · 감당해야 할 값까지 보인다 · 당장 바꿔볼 행동이 생긴다
과거가 그리울 때, 내 안의 결핍을 찾는 방법
지나간 선택이 자꾸 떠오를 때, 신호에 가까운 것 같을 때, 다음 질문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요?
‘무엇을 되돌릴까’가 아닙니다. 바로, ‘그 삶의 어떤 한 가지가 지금 필요한가’
- 전 회사나 옛 커리어가 그리울 때 → 회사 자체가 그리운 것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수입이나 지친 몸을 다독일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 헤어진 연인이나 과거 관계가 떠오를 때 → 그 사람 개인보다 마음 편히 온전히 기댈 수 있는 감정적 안정감이 결핍된 상태일 수 있습니다.
-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고 싶을 때 → 현재 삶의 탈출이 목적이 아니라, 일상에 새로운 자극과 성장의 경험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삶 전체를 갈아엎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 비어 있는 건 한 칸일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그 한 칸은 지금 자리에서도 채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결론 내리기 전, 세 가지 질문
그럼에도 방향을 바꾸고 싶다면, 마지막으로 이것만 확인해보세요.

- 현재 위치에서 바꿀 수 있는 최소한의 시도를 실제로 실행해 보았는가?
- 새로운 선택이 가져올 리스크와 불편함까지 기꺼이 감당할 준비가 되었는가?
- 지치고 불안한 날이 아닌, 컨디션이 평온하고 괜찮은 날에도 동일하게 그 변화를 바라는가?
마른 흙을 보며 결론 내리기 전에

우리는 종종 지금 서 있는 마당이 아니라, 가보지 못한 정원에 물을 줍니다. 그러곤 발밑의 마른 흙을 보며 말하죠. 거봐, 처음부터 잘못 골랐어.
아직 제대로 물을 준 적이 없다면, 결론 내리기엔 이르지 않을까요?
오늘 눈앞의 일 하나에 집중하고, 미뤄둔 말을 꺼내고, 곁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건네보세요. 그러고도 다른 길이 보인다면, 그때는 두려움보다 나를 믿고 다음 걸음을 내디디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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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s
Roese, N. J. (1997). Counterfactual thinking. Psychological Bulletin, 121(1), 133–148. (PubMed)
Gilovich, T., & Medvec, V. H. (1995). The experience of regret: What, when, and why. Psychological Review, 102(2), 379–395. (APA PsycNet)
Epstude, K., & Roese, N. J. (2008). The Functional Theory of Counterfactual Thinking.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Review, 12(2), 168–192. (PMC)
본 아티클은 심리학 연구 및 라이프스타일 취재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형 미디어 콘텐츠이며 전문적인 정신건강의학적 진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만성적인 우울감이나 심리적 고통이 지속될 경우 전문 상담가와의 상담을 권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