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멘탈 케어

외모정병? 보정된 얼굴을 진짜라고 믿기 시작하면 생기는 일

Shellness Shellness | 2026.07.11

2026. 07. 11 | 🕓 3분 읽기
Editor 이유리

카메라 어플을 켰습니다. 렌즈가 나를 향하기도 전에, 턱은 이미 갸름해져 있었죠.
셔터를 누르지도 않았는데 말이에요.

요즘 SNS에 부쩍 자주 보이는 단어가 있습니다. ‘외모정병’.
외모에 대한 강박을 뜻하는 신조어인데, 최근 한 달 새 관련 언급량이 전년 대비 146.9% 늘었죠.
무보정 사진에 충격받았다는 글, 기본 카메라로는 셀카를 못 찍겠다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올라옵니다.

낯선 얘기가 아니에요. 에디터는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고등학생 땐 하두리캠과 포토샵으로 몇 시간을 붙들었죠. 얼굴의 단점을 지우고, 싸이월드엔 저 아닌 듯한 제 모습을 올리곤 했습니다. 그땐 적어도 ‘작업’이라는 자각은 있었어요. 지금은 달라요. 앱 하나 켜면 셔터도 누르기 전에 턱이 갸름해지고 피부가 매끈해집니다. SNS 자체에 필터가 심겨 있어서, 필터 낀 얼굴로 라이브 방송까지 바로 켤 수 있죠.

‘보정’이라는 자각조차 사라진 겁니다. 그게 그냥 ‘내 모습’이 됐어요.

via Pinterest

그런 세상을 향해 반기를 든 앱도 있었습니다. 비리얼(BeReal)이죠. 정확히는 필터가 아니라, 연출된 완벽함 자체를 겨눴어요. 하루 한 번, 무작위 시간에, 2분 안에. 꾸밀 틈을 아예 없앤 거죠. 필터 하나 없이, 풍경이나 피사체를 찍는 순간 그걸 찍고 있는 내 모습까지 그대로 찍힙니다. 못생겨지는 각도를 피할 수가 없어요. 이 앱이 반가우면서도 낯설었다면, 그만큼 우리가 오래 연출된 얼굴에 길들여져 있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묻게 됩니다. 보정된 몸과 얼굴을 진짜 나라고 믿으면, 그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외모정병과 신체이형장애, 뭐가 다를까

정신건강의학계는 외모정병에 공식 병명은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두 갈래로 나눠 보죠. 자존감 저하에서 비롯되는 경우, 그리고 신체이형장애(Body Dysmorphic Disoder)와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경우.

Snapchat 필터, via Pinterest

2018년, 영국 성형외과 의사 티지온 에쇼(Tijion Esho)는 여기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스냅챗 왜곡증(Snapchat Dysmorphia).’ 환자들이 더는 연예인 사진을 들고 오지 않았죠. 대신 자기 셀카, 그것도 필터가 잔뜩 들어간 셀카를 들고 왔습니다. 문제는 그 얼굴이 애초에 존재한 적 없다는 것이었죠.

미국안면성형재건외과학회 조사에서 셀카처럼 보이고 싶어하는 환자를 만났다고 답한 성형외과 의사가 75%에 달했습니다. 2018년보다 18% 늘어난 수치예요.

신체이형장애는 인구의 2.4%가 겪습니다. 그런데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 중에서는 13%까지 올라가죠. 존재하지도 않는 결점을 붙들고, 하루 서너 시간에서 많게는 여덟 시간을 그 결점 확인에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보정 사진에 익숙해진 뇌에서 일어나는 일

더 무서운 건 따로 있습니다. 그게 보정이라는 걸 머리로 알아도, 뇌는 비교를 멈추지 않는다는 것. 안다고 안 지는 게 아니에요. 알면서도 지는 거죠.

거울을 보고, 사진을 다시 찍고, 그 반응을 확인하는 행동은 그 순간엔 불안을 낮춰줍니다. 그래서 반복되죠. 그런데 그 반복이 오히려 불안과 왜곡을 더 단단하게 만듭니다. 안심하려고 한 행동이 안심을 더 멀리 밀어내는 셈이에요.

전에는 왜곡된 기준을 던지는 게 연예인이었습니다. 이제는 다르죠. 옆자리 동료, 어릴 적 친구, 어제 만난 사람. 다 필터를 켭니다. 비교 대상이 손 뻗으면 닿는 거리에 있다는 뜻이에요. 피할 데가 없죠.

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 현상을 자존감 문제와 연결짓습니다. 자존감이 낮을수록 외모를 통해 타인의 인정을 얻으려는 욕구가 커지고, 필터 자체보다 그 필터에 대한 집착이 일상과 관계를 흔든다는 설명이에요.

거울노출치료, 보정 없는 나를 다시 보는 법

가끔은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내 예쁜 구석을 찾고, 좀 더 아껴주면 좋지 않을까요.

정신과에서 실제로 쓰는 방법이 있습니다. ‘거울노출치료’. 신체이형장애 치료에 쓰이는 인지행동치료의 한 갈래고, 여러 임상시험에서 몸에 대한 불만족과 부정적 감정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죠.

@pxlnastya

방법은 단순합니다.

  1. 거울 앞에 서서, 얼굴과 몸을 평가하지 않고 그냥 봅니다. 눈에 들어오는 부위를 판단 없이 관찰만 하는 거예요.
  2. 불편한 감정이 올라오면 그 감정에 이름을 붙입니다. ‘지금 불안하네’, ‘이 부분이 불편하네’ 하고요. 억누르지 않아요. 그냥 알아차리는 거죠.
  3. 며칠은 이 상태로 반복합니다. 익숙해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요.
  4. 관찰한 부위에 짧은 좋은 말을 덧붙입니다. ‘이 손으로 오늘도 일을 많이 했네’ 정도의, 거창하지 않은 한마디면 충분해요.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잠깐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그 불편함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도 함께 확인됐죠. 며칠 반복하면 불편함은 가라앉고, 몸을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게 베이스가 된 다음에, 아쉬운 부분을 건강한 방법과 속도로 채워나가는 것. 그게 우리의 올바른 업그레이드 아닐까요?

이 글을 쓰는 에디터도 잘 압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나의 부족한 모습보다 장점을 바라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렇기 때문에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Image AI Generated, some found via Pinterest, @pxlnastya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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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A.W., Ishii, L., Joseph, S.S., Smith, J.I., Su, P., Bater, K., Byrne, P., Boahene, K., Papel, I., Kontis, T., Douglas, R., Nelson, C.C. and Ishii, M. (2017) ‘Prevalence of Body Dysmorphic Disorder and Surgeon Diagnostic Accuracy in Facial Plastic and Oculoplastic Surgery Clinics’, JAMA Facial Plastic Surgery, 19(4), pp.269–274. doi:10.1001/jamafacial.2016.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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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 (2026) ‘무보정 사진에 충격받는 여성들….”외모정병 언급량 150%증가”‘ (Accessed: 11 July 2026).
한국경제 (2026) ‘이게 내 얼굴? 무보정 사진에 충격…정신병 걸릴 것 같아요’. (Accessed: 11 July 2026).

태그: #자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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